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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마신 카페 아메리카노(Caffe Americano)

vision2real 2014.11.15 07:16

가끔 재즈와 관련된 글을 올리기 위해서 만든 블로그지만 의외로 "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카노"와 같은 키워드 검색으로 넘어 오는 분들이 많아서 나도 같은 키워드로 한번 검색을 해봤다.


검색을 해보니 가관이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인 커피로 거드름 피우며 잘난 체하는 글들이 많았다. 특히나 이탈리아에서 당연히 쓴 에스프레소를 마셔야지, 촌스럽게 아메리카노가 웬말이냐는 글들이 압도적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특히 가정에서 모카포트로 뽑은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시긴 하는데, 쓴 맛 그대로 먹는 게 아니라 대부분 설탕을 탄다. 길거리 카페에서도 대부분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부어 원샷하고 갈 길 간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렇게 단맛이 섞인 쓴맛을 즐긴다는 얘기다. 아메리카노조차도 쓰다는 사람들이 굳이 이탈리아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맛 볼 이유가 없지만, 시도해보려면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설탕을 타서 마시면 된다. 촌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요즘 커피 맛이 쓰다고 설탕 타 마시는 사람들 있나? 그건 이탈리아 사람들 입맛이고,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에스프레소에 설탕 탄 맛은 경험해 볼 수 있다. 우리 입에 쓴 맛은 이탈리아 사람들 입맛에도 당연히 쓰다. 현지에 가서 먹어보면 바로 알겠지만, 스파게티고 티라미수고 한국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훨씬 더 짜고 달게 먹는다. 훨씬~ 짜고 달다. 그런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 그 쓴 맛 그대로를 즐길 것 같은가?


개인적으로는 쓰고 달고를 떠나서, 촌스럽고 세련되고를 떠나서 설탕 들어간 커피 맛은 별로라 생각하며, 차라리 커피의 쓴 맛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카노가 오히려 좋은 메뉴라 생각한다. 


특히, 바보 같은 글들 중 압도적으로 고소를 금치 못하겠는 건 아래 글인데, 

아메리카노는 '더러운 물'이란 거 아세요? (오마이뉴스, 입력 2014.06.11 11:33)

권대옥의 <핸드드립커피>라는 책을 소개하는 기사다. 

"미국인 관광객들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가 너무 진해서 물을 섞어 마시는 걸 보고 이탈리아 바리스타가 미국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커피가 바로 아메리카노인데, 우리는 어느새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하며 미국시민이 된 양 거드름을 피우게 되었다."

"이탈리아에 가서 아메리카노 달라고 하지 말라. 이탈리아 장인 바리스타들은 관광객들이 와서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하면 절대로 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아무아 스포르카(더러운 물)'라 하며 보낸다고 한다.(책 53쪽) 조심하라. 이탈리아에 가서 미국인처럼 커피 마시려다가는 까딱 잘못하면 더러운 물 마시는 별난 사람이 될 테니까."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다. 내참...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면서 미국사람이라도 된양 거드름을 피워 본 기억이 없다. 이 바리스타에게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거들먹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지만, 이런 관점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면 글쓴이 자신은 이탈리아인 바리스타가 된 듯 거드름 피우고 있는 거 아닐까? 무릇, 사람들이 먹는 음료나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은 정성이 첫 번째다. 저런 삐딱한 관점으로 고객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정성이 있을리가 있나. 커피에 대한 지식이 손님보다 많다고 거드름 피우는 것 밖에 없다고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바리스타가 어찌 스스로 자존감 없이 이탈리아라는 국가 브랜드에 눌려서 이탈리아 커피만이 대단하고 아메리카노는 촌스러운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지 한심할 뿐이다. 쓴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설탕을 타 먹는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물을 타 먹는 미국 사람들이나 자기들 입맛대로 먹는 것일 뿐이다. 당신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당신 입맛대로 먹으면 된다. 그런 주관도 없나? 게다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고 쫓겨난다니...황당할 뿐이다. 직접 가보지도 않고 전해 들은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책으로 옮겼다는 사실은 커피전문가로서 매우 부끄러워 해야 한다.


이탈리아에 가봤자 어차피 커피 원두의 소싱이나 로스팅도 별다르지 않고, 같은 메이커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하는 거라 에스프레소는 국내에서 먹으나 이탈리아에서 먹으나 그 맛이 거의 평준화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마신 에스프레소가 호들갑 떨만큼 딱히 특별할 이유가 없다. 석회질이 많이 섞인 이탈리아 물 때문에 커피 맛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는데, 이탈리아 바리스타의 비결은 물이라는 말인가? 웃기는 일이다. 굳이 한국 사람들과 다른 입맛을 가진 이탈리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이탈리아 물을 수입하겠다는 인간들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머신으로 추출하는 과정은 바리스타가 뭐라고 그럴 듯하게 포장하든지 간에 그냥 단순 노동이라 이탈리아 바리스타가 뽑든 단순 알바가 뽑든. 한국에서 뽑든 이탈리아에서 뽑든 그 맛에 별 차이가 없다. 원두나 로스팅, 그라인딩 등의 요소가 중요한 것이지 이탈리아인 바리스타가 뽑아주는 커피가 특별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차라리 카푸치노처럼 바리스타의 스킬이 필요한 메뉴를 시켜 먹어 보겠다고 하면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이탈리아 가시거든 괜히 폼 잡는다고 굳이 국내에서도 먹지 않는 에스프레소를 시키지도 말며, 혹 시키게 되면 설탕을 부어 마시든가 아니면 그냥 한국에서처럼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당당히 즐기시면 된다. 한 모금 될까 말까하는 에스프레소를 억지로 겨우 마시고 와서는 SNS에는 역시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네 뭐네, 촌스럽게 아메리카노를 시키네 마네 하는 된장글들 제발 좀 안봤으면 좋겠다.




얼마전,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왔다. 

돌아와서는 거기서 겪었던 이런저런 기억들과 생각들이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중인데, 희한하게 유독 기억나는 것이 커피다.


맛있었냐고??

솔직히 말하면 뭐, 그닥...



나는 이탈리아 커피 맛에 감동하지 않았다


이국 문물을 숭상하는 사대주의 흐름이 아직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의 커피맛에 감동했다거나 돌아온 후에도 그 맛이 계속 떠오른다고 하는 일부 방랑자들의 추억과는 달리, 나는 이탈리아 본토의 커피 맛에 감동하지 못하고 왔다. 한국의 커피 산업이 최근 워낙에 발전하다보니 유럽 본토, 특히 수백년간 커피 문화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좋을 이탈리아의 맛에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나 할까. 짧은 기간동안이지만 진정한 커피를 맛보지 못한 불운한 경우에 해당할 수도 있겠지만.


커피는 그냥 음료일 뿐이쟎나?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에스프레소든 아메리카노든 어디서나 맛볼 수 있었던 이탈리아의 일반인들을 위한 커피 맛에 대한 평가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게 뭐 대단한 선진 문화도 아니고, 특정한 곳을 찾아가야만 맛볼 수 있는 그런 예술적인 커피 맛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건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아무데서나 맛볼 수 있는 일반인이 마시는 커피를 평가하는 거니까. 사실, 종로3가의 카페 뎀셀브즈(Caffe Themselves)에 처음 갔을 때 받았던 감동보다도 못했다.


한국에서는 커피 한 잔에 무료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는 여유로움의 공간이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냥 오다가다 에스프레소 주문해서는 그 자리에서 선 채로 한 잔 들이키고 1분도 안 되어 갈 길 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나. 미국의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최근의 한국의 커피 문화와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요즘 워낙 커피를 공부하고 배우려는 일반인들이 많다보니 이탈리아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뭔가 신기하고 배울 것으로 생각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울 뿐.


나도 우연한 기회에 커피를 조금 배울 기회가 있어서 핸드 드립의 묘미에 감탄하기도 했고, 귀챦지만 굳이 모카포트로 추출하는 수고를 하면서도 커피의 진한 향과 쓴 맛을 즐기는 편이니 나름 애호가라고 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용으로 진하게 로스팅된 원두를 핸드 밀에 조금씩 넣고 살살 돌리면서 느끼는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도 분명하다. 가격도 저렴한 2인용 모카 익스프레스로 4, 5분 정도면 추출되는 가벼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살짝 얹은 정도로 마시는 카페 아메리카노의 맛은 집안에 은은히 퍼지는 고소한 커피 향과 함께 즐기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혹시 커피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커피 뽑는 원리를 적어 보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피 원두는 커피 나무의 열매 씨다. 포도 비슷하게 생긴 빨간 열매가 나무에 열리는데, 그 속에 연두색의 커피 씨가 들어 있다. 이른바 커피빈(커피콩, Coffee Bean)이다. 

커피 나무와 열매.

말린 커피 빈의 색깔은 회색에 가까운데, 볶으면 볶을 수록 갈색에서 검은 색으로 변해 간다. 이 로스팅 색깔이 진하면 진할 수록 맛과 향도 진하고 쓰다. 옥수수 차를 마실 때 말려 볶은 옥수수 알에 물을 넣고 끓이는 것처럼 이 볶은 커피콩을 물과 함께 끓이면 될 텐데 그러면 맛이 진하게 잘 우러나지 않아서 이 커피콩을 볶아서 곱게 갈아서 마신다. 물론 커피 가루까지 마시지는 않는다. 



드립 커피(Drip brewing, filtered coffee)


그래서 사람들이 고안한 방법 중 하나는 종이 필터위에 커피 가루를 붓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살살 흘려 보내서 뜨거운 물이 커피가루를 지나면서 커피를 추출하게 하는 것이다. 가루는 종이 필터위에 남고 연한 커피물만 밑에 남는다. 장점은 그리 진하지 않은 담백한 맛이고 물을 붓는 타이밍이나 속도, 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주둥이가 가늘고 긴 물주전자를 붓는 동안을 정신 수양의 시간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어쨌든 좀 귀챦긴 해도 이런 핸드 드립의 시간은 재미나다. 

이렇게 주둥이가 긴 주전자로 커피가루 위를 살살 돌려가며 천천히 붓는다. 뜨거운 물을 처음 조금 부으면 커피가루가 부풀어 오르는데 이때 뜸을 들이도록 가만 냅뒀다가 부풀어 오른 커피가 진정되면 다시 조금씩 붓는다. 붓는 사람과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게 묘미다..

이 역할을 사람이 하지 않고 기계에 맡길 때 일반적으로 커피 메이커라고 부르는 걸 쓴다. 유리 주전자에 늘 까만 커피물이 담겨 있는 머신이 자동으로 이 드립 커피를 받아 놓은 거다. 이 기계의 단점은 커피를 받아 두고 시간이 꽤 지나게 되면 맛도 향도 그닥 신선하지 않다는 거. 예전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미리 받아 놨다가 그때그때 편하게 마시도록 하기 위해서 많이들 쓰기도 했다.

흔히 보는 이런 커피 메이커가 드립 커피 머신이다.


에스프레소(Espresso)


그리고 요즘 세대들에게 익숙한 에스프레소는 이렇게 꽤 오랜 시간 동안 지루하게 뜨거운 물을 흘려서 추출하는 커피에는 만족하지 못해서 나온 방법이다. 이태리어 espresso와 유사한 영어 단어 express가 "빨리"와 "뽑아낸다"는 뜻을 모두 담고 있어서 에스프레소라는 명칭도 그런 의미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커피 가루를 꽉꽉 눌러 담은 용기에 아주 높은 기압을 가해서 순간적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그래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불과 몇 초면 추출된다. 높은 기압을 가진 수증기가 커피가루 사이를 억지로 뚫고 나오면서 추출된 커피물이 잔에 떨어진 게 에스프레소다. 그래서 양도 적다. 수초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추출되는 바람에 카페인까지 뽑혀 나올 시간이 없어서 맛은 쓰고 진해도 다른 추출방식의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더 적다. 에스프레소로 단 몇 초만에 추출하고 남은 커피 찌꺼기를 버리는 건 너무 아깝다.

대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되는 커피(Espresso)는 이런 모양이다.

뜨거운 물에 이 에스프레소를 부어서 희석해서 마시는 것을 일반적으로 카페 아메리카노라고 한다. 스타벅스 같은 데에서 샷 추가가 뭔지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메리카노를 좀 더 진하게 마시고 싶으니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부어 달라는 얘기다.



아메리카노와 룽고


그리고 가끔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룽고(Lungo)를 헷갈려 하기도 하는데,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맹물을 탄 거고, 룽고는 애초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물을 조금 더 많이 넣어서 양 많고 연하게 뽑은 에스프레소가 되겠다.



이탈리안 가정식 커피는 설탕이 필요하다


예전, 이탈리아인 친구로부터 듣기로는 일반 가정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타서 젓지 않고 그냥 마신 다음에 남은 설탕과 커피 찌꺼기를 숟가락으로 퍼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는 머신 대신에 저렴한 모카 익스프레스라는 에스프레소용 주전자를 사용하는데, 설탕을 타면서도 젓지 않는 이유는 설탕이 자연스레 커피에 녹아들면서 쓴 맛이 조금씩 달게 변하는 그 맛을 즐기기도 하지만 진한 커피와 설탕찌꺼기가 함께 남아야 마지막에 퍼 먹는 맛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어 버리면 남는 설탕 찌거기가 없다.


요즘 세대들이 커피에 설탕 넣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지만(나도 커피에 시럽이나 설탕, 우유 등을 넣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시키면 반드시 설탕이 함께 나왔다. 그것도 황설탕과 백설탕이 같이. ㅋㅋㅋ

이탈리아의 국민 커피 주전자. 비알레띠社의 모카 익스프레스. 주전자의 단추 같은게 붙어 있는 아래 부분에 물이 들어가는데, 가장 일반적인 2인용의 경우 겨우 에스프레소 2잔 분량의 물이 들어갈 뿐이다.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작고, 제품 마무리도 좀 조잡하다.

아래는 간단하게 잘 보여주는 모카 익스프레스 추출법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


동영상에도 나오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처럼 커피가루를 꾹꾹 눌러 담으면 안된다(Do not tamp!). 그랬다간 밑에 담긴 물이 끓으며 발생한 수증기가 촘촘하게 담긴 커피를 제때 뚫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서 주전자가 터진다고 삐이-하는 괴성을 낸다. 이때는 모카 익스프레스 하단에 있는 버튼(Safety Valve)을 숟가락 같은 걸로 살짝 아래로 눌러서 수증기를 좀 뽑아내 줘야 주전자가 폭발하거나 하는 일이 없다. 그리고, 사용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머신용으로 너무 곱게 분쇄된 원두를 사용해도 너무 촘촘해서 저가의 에스프레소 주전자가 뚫고 나올 만큼의 기압이 부족해 괴성을 지르게 되므로, 직접 그라인딩할 때는 가루보다 입자가 조금 더 굵어지도록 세팅해야 하고, 커피숍에 맡길 때는 너무 곱게 갈지 않도록 미리 말해야 한다. 특히, 이탈리아 여행 중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일리(illy) 커피가 너무 싸다고 많이들 사 가시는데 머신용 에스프레소로 아주 곱게 갈려 있어 머신이 아닌 모카 포트로 추출하면 100% 괴성을 질러대게 되니 주의하셔야 한다.

라바짜(Lavazza)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커피 브랜드 일리(illy)


모카 익스프레스는 2인용 기준으로 보통 4분 정도 끓이면 추출이 시작된다. 이 제품의 구조상 손이 닿지 않는 주전자 내부의 세척이 어렵기 때문에 세제를 사용하면 안되고 물로만 씻어야 한다. 의외로 커피 기름때는 잘 지워지지 않는데, 오래 쓰다 보면 좋게 말하면 고풍스러워지고 냉정하게 말하면 금방 드러워 진다. 사용하자마자 곧 뜨거운 물로 헹군 후 키친타올 같은 걸로 힘주어 닦아 내야 한다.


사실, 내가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장황하게 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왜 나는 이탈리아 여행 후에 커피에 대한 기억이 유독 남는 것인가?



억울해서 그렇다



드립 커피를 아메리카노라고 팔았다!!


로마의 고대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 앞 지하철역명은 콜로세오(Colosseo)인데, 이 지하철 안에는 입구 바로 앞에 간이 카페가 있다. 간단한 요기로 크로와상이나 샌드위치도 팔고 커피도 팔고 하는 그런 곳이다. 이른 아침 카페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젠장, 기계로 받아 놓은 드립 커피를 줬다. 바티칸시티 내 카페에서도 그랬다. 이탈리아에서도 커피전문점에서는 확실히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탄 정통 아메리카노를 주지만, 여행 중 수 차례 다양한 곳에서 커피를 시켜 본 결과 얘네들은 카페 아메리카노에 대한 개념이 없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게 카페 아메리카노라고 얘기를 해도 영어도 잘 안 통하는데다 그냥 '아메리카노 달래매? 미국애들은 커피 이렇게 마셔'하면서 주는 게 기계로 뽑아 놓은 드립 커피다. 게다가 이 드립 커피가 에스프레소보다 가격이 더 비싸! 나 원, 어이가 없어서...많은 미국 사람들이 확실히 커피를 드립으로 받아 놓고 마시긴 하니까 할 말이 없다. 미국식인 카페 아메리카노를 이탈리아에 가서 달라고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던데, 이탈리아 커피점 어딜 가도 카페 아메리카노는 메뉴에 당당히 있으니 그냥 주문하면 된다.



드러븐 넘들, 타짜 도로


이번 여행 중 로마 판테온 근처에 있는 유명한 커피 명소 타짜 도로(La Casa del Caffè Tazza d' Oro)에 들러 원두도 사 오긴 했지만, 커피 잔 받침에 커피 얼룩이 가득한데다 테이블 닦은 행주로 커피 받침을 닦지를 않나 보기에 드러워서 혼났다. 이런 더러운 곳이 세계적인 커피 명소라니...기가 찰 일이다.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주의 전천후 사용법은 인상적이었지만, 손님 안 볼 때는 행주로 커피 잔을 닦고도 남을 넘들이다. 

원두는 들입다 볶고 있더라만

평소 카푸치노를 즐기지 않지만 수준을 가늠해 보기 위해 시킨 카푸치노도 맛이 그닥. 기억에 남는 거라곤 카운터의 무뚝뚝한 아저씨와 영어 잘 하게 생겼지만 정말 한 마디도 못하던 예쁘장했던 여직원뿐. 장점을 꼽아 달라면,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는 원두 가격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



절대 한국 커피가 뒤지지 않는다


요즘 열정적인 한국의 바리스타들이 많이 공부하고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애쓰는 만큼 원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하고 그라인딩하는 데 들이는 정성이 이탈리아인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확실히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따라가기 힘든 전통적인 커피 맛이 있기야 있겠지만, 나는 이탈리아 방문 중 한국 커피 맛이 절대 이탈리아 커피 맛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잘 확인했을 뿐이다.


한국의 바리스타들, 이탈리아 커피에 대한 환상일랑 접고 자존감을 가지시길 바란다.


2 Comments
  • 프로필사진 2014.11.16 12:44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vision2real 2014.11.20 13:16 신고 제 생각엔 커피 자체보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 대한 선호 때문에 커피샵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커피 가격이 비싸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자리세가 포함된 걸로 봐야죠. 한 잔 시켜 놓고 1, 2시간은 기본들이시니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충전용 전기 콘센트도 대부분 자리에 구비되어 있고. 그래서 전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테이크 아웃 가격이라면 당연 비싼 거지만. 여행 얘기는 찬찬히 생각나는 대로 써봐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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