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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Bella Martha'와 'Country'

vision2real 2014.07.04 18:26

화려하고 정교한 테크닉에 매료되어 감상하는 음악이 있는 반면, 그 안에 담고 있는 감성에 끌리는 음악이 있다. 듣는 이의 감성과 잘 맞는 음악은 오래 간다. 시간이 지나도, 수백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매번 그 음악이 좋다.


키스 쟈렛(Keith Jarrett)은 내가 아주 즐겨 듣는 뮤지션은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또 하나의 살아 있는 전설이지만 특별히 자주 찾지는 않는 편이다. 감성이라는 측면에서 나와 조금 어긋나있다고나 할까, 뭐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곡중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듣게 되는 곡이 있다. 그것도 거의 27년간 줄곧.


언제 들어도 시골길 어딘가를 한가로이 걸어다니고 있는 것 같이 편안하게 해주는 곡, 앨범 커버에서 보던 작은 소녀들의 웃음을 만날 것만 같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 "Country"다. 재즈를 안 듣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쉬운 곡이다.

1977년 'My Song' 앨범 재킷의 꼬마 숙녀들


1978년도 발표한 키스 쟈렛의 'My Song' 앨범은 "My Song"이라는 아름다운 타이틀 곡으로 유명한데, 나는 그 곡의 멜로디 라인을 조금 식상하게 느꼈다. 반면, 같은 앨범에 수록된 "Country"라는 곡에는 처음 들을 때부터 정신없이 빠져 들었는데 노르웨이 출신의 얀 가바렉(Jan Garbarek)이 들려주는 색소폰 소리와 키스 쟈렛의 피아노가 아름답게 잘 어울리는 곡이다.


솔직히 이 곡에서 쿼르텟 연주는 정교한 맛이 없다. 드럼은 미묘하게 조금 늦고 어긋나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오히려 한가로이 들리는지 모른다. 어차피 메트로놈으로 정확하게 리듬을 체크한 것이 아니니 내 주관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피아노 솔로 파트에서는 키스 쟈렛 특유의 으르렁대는 소리-자신은 노래한다고(Singing) 표현하지만-조차도 시골길의 한가로운 소음으로 잘 어울릴 정도다.


제목처럼 영화 예매율도 바닥.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Jones)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No Reservations (국내에는 '사랑의 레시피'로 개봉, 2007)"은 정말 허접한 영화인데, 왜 함부로 허접하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느냐면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미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 연기, 카메라 앵글 등 어떤 면에서도 독창적인 구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혀.


이 영화는 원래 독일 영화인 '벨라 마타(Bella Martha, 2001)'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 벨라 마타의 히로인 마르티나 게덱(Martina Gedeck)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영화.

당연히 원작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데, 스토리는 당연하겠지만 카메라의 앵글도 베끼고, 하다못해 보조 출연자의 헤어 스타일까지 베꼈다.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받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상담 의사를 요리로 면박주며 마무리하는 원작의 완벽한 클로징과는 달리 미국판 영화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유령처럼 옥상에도 나타나고 신출귀몰 하더니 막판에는 실종됐다.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장면은 꽉 막힌데다 마음의 벽을 쌓은 채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않는 주인공이 떠나 보내는 조카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스스로와 닮아 있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그래서 조카를 찾으러 가는 장면은 주인공 스스로를 되찾으러 가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너무도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 조카를 되찾으러 가는 장면을 마음대로 빼버려서 감동을 받아야 할지 말지 애매하게 만들어 버렸다. 리메이크작에서 조카는 왜 나온걸까? 감독은 조카의 존재 이유를 알기나 했을까?

"나는 이 영화에 왜 나온 거지?" Zoe역의 아비게일 브레슬린(Abigail Breslin)

그냥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로만 각색했으면 차라리 나았을 지도 모른다.


비교할 원작이 없었으면 허접하다는 표현을 감히 못했을 것이나, 원작에서 베낄 필요가 없는 것은 베껴 쓰고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주요 장면들은 마음대로 삭제해서 말도 안되는 삼류 영화로 만들어 버렸기에 허접하다는 말을 맘 편하게 무리없이 쓸 수 있다.


원작 영화 '벨라 마타'의 시작은 주인공 마타의 독백으로 음악도 없이 조용히 시작한다. 정신과 상담 중이다. 짜증내는 상담 의사의 표정을 뒤로 하고 상담이 마무리되는 장면부터 바로 키스 쟈렛의 "Country"가 흐른다. 영화는 키스 쟈렛의 "Country"로 시작해 키스 쟈렛의 "U Dance"로 끝나는데, 영화 전체의 흐름을 따라 "Country"가 계속 반복되어 흐른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Country"가 얼마나 영화와 잘 어울리는지 보는 내내, 듣는 내내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난다.



키스 쟈렛의 "Country" <== 감상해보시려면 클릭



* 저작권 문제로 유튜브 영상을 블로그에 직접 삽입할 수 없으니, 불편하지만 링크를 통해 감상하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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