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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

누가 주광색이라 하였는가?

일상에서 쓰이지도 않는 주광색이나 주백색 등의 용어가 낯설고 그게 무슨 색을 말하는 건지 이상해서 알아본 내용이다.

예전 형광등 시절부터 램프를 사러 다니면 철물점 사장님이 백색과 주광색 중 백색은 노란색이라며 주광색을 사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이상하긴 했지만 그런가보다하고 살았는데 최근에 집안에 조명을 교체하면서 조명색상 때문에 좀 알아보다 보니 그 색명칭이 너무 짜증 나서 이 글을 쓰게 됐다. 주광색, 주백색 등의 명칭에 혼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빈다.

나는 조명 전문가도 아니고 인테리어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집안의 여기저기를 스스로 손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실내 인테리어나 집안을 리모델링하는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데, 최근 '전주백색'이라는 색상의 조명을 추천하는 영상이 있어서 처음 들어보는 색상이라 급히 찾아 보게 됐다. 주광색, 주백색도 낯선데 전주백색이라니. 누가 이딴 이름을 만들어서 헷갈리게 하는지 궁금해서 알아봤다.

우리가 말하는 조명색상의 정확한 명칭은 광원색(Light Source Colours)이다. '광원(光原)'이니까 빛에서 나오는 색상인데, 찾다보니 국가표준까지 검색하게 됐다.

찾아본 결과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 없었다. 

일단, '전주백색'이라는 색상은 없다. 램프 색상에 '전주백색'이라고 표시해서도 안된다.
이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전기전자정보표준과에 질의하여 '전주백색'은 KS표준에 있는 광원색이 아니라고 확인 받은 사항이다.


광원색의 흰색 종류

국가표준 "KS A 0012 광원색의 색이름 (Names of Light Source Colours)"의 표 3. '관용색 이름'에 따르면, 흰색을 다음과 같이 세분하고 있다.

전구색
온백색
흰(백)색
주백색
주광색
달빛색
주광백색

처음 보는 색상이 대부분인데 이게 왜 관용색인가?
일관성도 없다. 한자어로 표기하다가 느닷없이 '달빛색'이라니. 일관되려면 '월광색(月光色)'이라고 했어야지.
여기서 주광색, 주백색, 주광백색이라는 색이름이 보인다.


형광등의 색 종류

조명색상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니 일단 형광등의 색상을 정의하고 있는 "KS A 3325 형광 램프의 광원색 및 연색성에 따른 구분"을 보면, 형광 램프의 광원색은 청백색(또는 주광색), 연청백색(또는 주백색), 백색, 연황백색(또는 온백색) 및 황백색(또는 전구색)의 5종류로 구분하고, 해당 표준의 표 1. '형광 램프의 광원색 색도범위'에 따라 광원색의 종류와 색온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즉, 국가표준에서는 형광램프는 아래 다섯 가지의 색상 밖에 없다는 말이다.

광원색의 종류 색온도
청백색 (주광색) 5700~7100K
연청백색 (주백색) 4600~5400K
백색 3900~4500K
연황백색 (온백색) 3200~3700K
황백색 (전구색) 2600~3150K

* 참고로 () 안은 개정 전 색명이니 2017년 개정 시행 이후 2년간만 병행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 표시된 주광색, 주백색, 백색이 우리가 흔히 조명을 살 때의 그 표준명이다.
그럼 주광색, 주백색은 대체 무슨 색이냐면, '주광'은 '야광'에 반대되는 말이다. 즉, 낮과 밤을 '주야(晝夜)'라고 한자로 표기할 때 사용하는 그 '주(晝)'다. 그러니 낮 시간의 빛이라 주광인데, 영어로 daylight (day + light, 영어로 Day는 낮), 즉, 영어의 daylight를 번역해서 쓰다 보니 '주광'이 된 거다. 그런데, 웃긴 건 daylight에 대응하는 정확한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일광(日光, 해의 빛)'이다. '일광'은 낮 시간에만 존재하니 당연히 '야광'의 반대를 의미하게 되고, 영어의 day와 마찬가지로 한자 '일(日)'에는 '하루'와 '낮'이라는 뜻이 모두 들어 있으니 daylight 는 '주광'이 아니라 '일광'이 되었어야 한다. 애초에 주광색이나 주광백색 대신에 일광색이라거나 일광백색이라고 번역이 되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덜 헷갈렸을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야광'이나 '일광'이라는 말은 써도 '주광'이라는 말은 전혀 쓰지 않으니까.


주광색  ☞  청백색으로 개정

표에서
색온도 5700~7100K는 주광색이고 이건 해외표준에서는 Cool White다. 시원한 화이트니까 Cool한 White, 시원할 청(凊)에 백색을 붙여 청백색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2017년에 '주광색'이 '청백색'으로 개정되었다.

주백색  ☞  연청백색으로 개정
색온도 4600~5400K는 Daylight White니 낮 시간의 빛, 주광(晝光)+ 백(白), 주광백색이 되어야 하는데 '주백색'이라 하다가 '연청백색'으로 개정됐다.

온백색  ☞  연황백색으로 개정
색온도 3200~3700K는 따뜻한 흰색이라는 Warm White고, 따뜻할 '온(溫)'을 써서 '온백색'이 맞는데 이것도 '연황백색'으로 개정되었다. 요즘 유튜브에서 '전주백색'이라고 잘못 떠들고 있는 바로 그 색상이다.

전구색  ☞  황백색으로 개정
색온도 2600~3150K는 Light Bulbs로 '전구색'이 맞는데 이것도 '황백색'으로 개정되었다.

이처럼, 어떤 색상은 영어를 그대로 번역해서 쓰고, 어떤 건 그걸 거부하고 전문가들이랍시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름을 이따위로 짓고 있던 거다. 이 표준은 산업표준화법 제10조의 규정에 따라 매 5년마다 산업표준심의회에서 개정, 확인 또는 폐지되는데 2017. 8. 25. 개정된 후 2022년에 확인을 거쳐 개정되거나 폐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표 1. '형광 램프의 광원색 색도범위' 하단에 "괄호() 안은 개정 전 색명이니 2017년 개정 시행 이후 2년간만 병행 적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으니, 2019년 8월부터 이미 "주광색" 등은 잘못된 이름이었던 것이다. 국가 표준인 "청백색"으로 바꿔 불러야 하므로, 조명램프 제조사들도 제품명에 색상 표기를 '주광색', 주백색' 대신 '청백색', '연청백색' 등으로 정정 표시해야 한다.


LED의 색 종류

예리한 분들이라면, 이건 형광등에 대한 표준이고 요즘 대부분 사용하는 LED에 대한 표준이 아니니 관련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거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전기전자정보표준과에 질의하여 확인 받은 바에 따르면, LED 램프의 경우 KS표준에 광원색을 구분하는 용어는 없고 단지 "KS C 7651(컨버터 내장형 LED 램프) 표5 - 램프의 광학적 특성 기준"에 상관색온도, 광효율 등의 범위만 구분되어 있을 뿐이며 형광등처럼 색온도에 따른 광원색 명칭은 현재 LED 표준이 따로 있지 않다. 그러니 색온도를 기준으로 하는 광원색의 명칭은 LED등의 경우에도 형광등을 기준으로 보면 된다.

결론,

조명 디자인은 취향대로 선택하면 되지만, 램프 색상을 고를 때는 색이름과 상관 없이 색온도를 고르시면 된다.

3000K 노란색, 따뜻. 일부 공간에 포인트로 사용하면 좋음.
4000K 아이보리색, 가정용으로 실내 공간에 가장 무난.
6500K 형광등색, 업무용 공간에 가장 적합하지만 형광등 시절부터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색상.